가벼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니들끼리만 해라 (2015. 05. 10.) (출처 : 토이, '세 사람' MV 캡처) 오랜만에 운동하러 공원에 나가서 열심히 뛰다가 왼쪽 다리에 쥐가 났다.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고 다 운동하는 사람들 뿐이길래 왠지 부끄러워서 소리 없이 속으로만 으악 으악 거렸다. 벽돌 바닥에 주저 앉아 튀어나올 비명을 참으면서 그 사이에 주위 경치를 잠시 구경했다. 보다가 아... 왠지 안쓰러운 광경이 있었다. 여자는 술에 취했는지 남자1에게 기어코 매달렸다. 아마 취한 척 하는 걸거야, 라고 생각했던 건 남자도 같이 취한 척을 하면서 여자를 품에서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넘어지는 척하면서 둘은 짧은 순간 포옹했다. 전형적인 취객의 광경이며, 둘의 행동은 분명 노린 것이었다. 둘은 서로 깜짝 놀라면서도 훈훈한 분위기를 잃지 않.. 더보기 내가 왜 집에 있을까 (2015. 04. 27.) (출처 : 대학교 inside 블로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직찍사진 217장' ) 아, 안 돼! 그 창문을 닫지 마!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위안거리는 아는 사람을 만나서 목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인사하는 것과 가끔 창문 밖이나 보면서 날씨 좋다고 멍 때리는 것뿐인데 다른 애들은 중간고사 다 끝났다고 신나게 장터나 가고 앉아있음을 생각하면 전자는 이미 실현 가능성이 없고 유일하게 가능한 게 좋은 날씨나 보면서 하늘은 파란색 식물은 초록색하며 원추세포가 오랜만에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뿐인데 너가 지금 실내에 햇빛 비친다고 하얀 커튼을 쳐버리면 나는 도서관까지 와서 아무것도 얻는 게 없잖 아, 닫았네. 결국 집에 왔다. 내일모레는 중간고사다. 더보기 오늘 날씨 참 좋다 (2015. 04. 02.) 해는 쨍쨍하고 날은 좀 덥고 낮 최고 기온은 22도로 만들어놓는 등 봄을 말살하기 위한 하늘의 시도에 감사를 올리고(물론 지구온난화는 명백히 나쁜 것이지만), 또, 이번 주부터 꽃이 핀다는 여러모로 밝디 밝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본인의 사정을 굽어 살피시어 새로 물총이라도 하나 마련해두신 하늘님이시기에, 그것도 꽤나 효과적으로 무기를 사용하시는게 몇 분 정도는 무진장 뿌려대고선 탄환을 갈아끼우시는 동안은 잠시 폭우에 공백을 주시고, 나는 그 사이에 우산 없이 보도블럭을 걸어가면 그만인데, 절묘하게도 지붕 달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다시 한 번 무진장 쏘아대시고, 덕분에 내 뒤에서 손 잡고 걸어오던 한 쌍은 무더기로 비를 맞았을 뿐더러, 한 .. 더보기 드디어 스무 살이 되고 말았다 (2015. 01. 01.) 하하. 횡설수설하게 되네요. 새해부터 알코올을 좀 했습니다. 스무 살이 되는 그 날 밤, 꼭 부모님 앞에서 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좀 했습니다. 아롱아롱합니다. 이 정신으로 담벼락에다 글을 쓰는 건, 음주 후 SNS에다 글을 올리고 편했던 사람은 더욱이 없는 것 같아서 사실 두렵습니다. 아마 이 글의 존재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구요. 내일 로그인하고 나서 지구 모양에 빨간 숫자 켜진 것을 보고 나서야 이 글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이 글의 유통기한은 최장 8시간 내지는 9시간. 볼 거면 빨리 보시고, 나중에 꼭 상기시켜주십시오. 오글거리는 글 좀 그만 올리라고 말입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이후 12월 31일 글을 올린지 어언 4년 정도 되어갑니다. 요.. 더보기 내 휴대전화가...! (2014. 09. 07.) 크으, 단 하루만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한 슬라이드 폰. 위로 밀어올려버렸을 때에도 시간 한 번 제대로 알려주지 않던 하이얀 공백. 흰 화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빨강, 초록, 파랑이 각각 255씩이나 쓰여야함은 자명하고 고로 가장 만들기 힘든 색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이견 없이 동의. 하면 내 휴대전화는 궁극의 밝음 을 위하여 모든 기능을 포기한 셈. 누가 명령하지도 않았고, 가끔은 원하지도 않았던 성스럼. 이렇게 생각하면 새 폰이 생긴 것은 더이상 아쉽지 않다. 비록 나의 지난 2년하고도 반이 거기에 담겨있고 심지어는 사적인 문자와 포토 모두 담겨있다한들 휴대전화 스스로의 고귀함에 미칠까. 나는 이제 다만 내가 나누었던 추억의 일부를 휴대전화 대신 머릿속으로만 검토하면 될 일이.. 더보기 2013년을 마치며 (2013. 12. 31.) 2013년이 세 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글 하나 남기지 않을 수 없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는 하나 나에게는 다사보다는 다난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어지간히 무뇌로 살아왔던 탓일까, 어제 일도 방금 일도 머릿속에 기억되기보다는 가끔가끔, 자기 전에 천장을 바라볼 때나 하염없이 벽을 바라보고 앉았을 때 머릿속 수풀을 헤집고 튀어나오는 추억의 복병으로만 남았다. 바쁘게 살았다기보다는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 확실히 1학년 때보다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잡히지 않던 행복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내가 왜 여기 있을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와중에 만난 사람들 덕분에 난 아직까지도 건재하다. 2학년 5반, 왠지 나는 이질적인 분위기 .. 더보기 내가 보낸 크리스마스 (2013. 12. 25.) 헛, 깼다. 오전 10시 30분. 어젯밤 새벽 4시까지 나는 을 다 보고 잤다. 지구에 물을 훔치러 온 외계인들은 미국 땅 속에다가 통신 기지를 건설해놓고 모든 외계인을 게임처럼 조종하고 있었다. 정부는 LA를 버리고 시민들은 몇 천 몇 만 단위로 죽어갔지만 주인공 미군 여섯 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끊이지 않는 집념으로 외계인의 본진을 미사일로 작살낸다. 신난다! 미국이 있기에 지구는 안전하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그리고 미군! 한 십 년 전만 하더라도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첫 번째, 선물. 굴뚝으로 들어온다는 산타의 존재를 나는 끝까지 믿지 않았다. 우리 집은 아파트였고, 굴뚝보다는 에어컨 환풍기, 혹은 지하의 전기실을 .. 더보기 체육 수행평가 : 상훈이에게 (2013. 11. 24.) 룸메이트 김상훈에게 안녕 상훈아? 너의 룸메 재웅이란다. 내가 오늘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체육 수행평가로 말미암아 누구에게 운동의 가치와 그 효과를 설명하고 운동을 권했어야만 하기 때문이란다. 맥락없는 이야기일지라도 이해해 줘. 너도 누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을 것이니. 너를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너는 참 복받은 몸인 것 같아. 그렇게 과자를 처먹어대도 살도 찌지 않고 말이야. 과자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마를 수가 있니? 이렇게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한 것 같아. 아마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을 너에게 선사했겠지. 젠장, 축복받은 줄 알라고, 하지만 상훈아, 과자를 처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방심해서는 절대 안 돼. 지금은 열여덟밖에 되지 않았고 돌도.. 더보기 하품을 허하라 (2013. 11. 21.) 자꾸만 하품이 나온다. 야1 야2를 날려가면서까지 12시간 오로지 잠에만 신경썼던 화요일 다음의 수요일에도 나는 하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生)을 반증하는 하품, 살아있기에 나는 오늘도 하품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분명한 것은 피곤하지 않으면 하품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 일주일만 하더라도 하품을 한 일백 번은 한 것 같다. 순식간에 많은 양의 산소를 빨아들여 잠을 쫓으려는 반사 작용이라는 하품의 기능은 이미 무너졌다. 그저 하품은 피곤한 나날의 또다른 표현일 뿐이다. 부탁컨대 제발 하품을 부정하지도 말고, 입을 벌리는 하품의 전조를 애써 막으려고도 하지 말라. 자유와 평등도 상품이 되어버린 세상, 남들 못지않게 피곤한 인생들에 대해 하품은 적어도 .. 더보기 여름(방학)이 갔다 (2013. 08. 18.) 여름(방학)이 갔다 낮밤을 울리던 매미의 시절이 갔다 그렇다고 귀뚜라미의 계절은 오지 않았다 그들은 밤에만 울었다 그들이 울어대던 시절에도 낮은 항상 매미나 폭우 평범한 날씨와 인류가 뿜어내는 공기의 차지이기만 했다 그 누구도 밤을 직시하지 않는다 밤은 또다른 세계이다 낮에는 물놀이를 하더라도 밤에는 무조건 화투를 치거나 음 낮은 목소리들을 나눴다 심야전기의 에어컨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귀뚜라미는 창틀 사이로 울었고 낮과 같은 문명이 존재하는 한 인간은 밤을 지향하지 않는다 어둠은 악과 지양의 상징이었다 귀뚜라미는 슬펐다 어둠을 맞이한 그들은 더욱 서럽게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여름이 일 년의 반이 지나간다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