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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글

드디어 스무 살이 되고 말았다

(2015. 01. 01.)





하하. 횡설수설하게 되네요. 새해부터 알코올을 좀 했습니다. 스무 살이 되는 그 날 밤, 꼭 부모님 앞에서 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좀 했습니다. 아롱아롱합니다.
 
이 정신으로 담벼락에다 글을 쓰는 건, 음주 후 SNS에다 글을 올리고 편했던 사람은 더욱이 없는 것 같아서 사실 두렵습니다. 아마 이 글의 존재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구요. 내일 로그인하고 나서 지구 모양에 빨간 숫자 켜진 것을 보고 나서야 이 글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이 글의 유통기한은 최장 8시간 내지는 9시간. 볼 거면 빨리 보시고, 나중에 꼭 상기시켜주십시오. 오글거리는 글 좀 그만 올리라고 말입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이후 12월 31일 글을 올린지 어언 4년 정도 되어갑니다. 요즘에 평안하신지요. 제 동갑내기들은 어느새 스무 살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강제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12시가 넘어버렸더군요. 1학년과 2학년 사이의 종업식은 생각보다 짧았고, 또 평범했습니다. 그 사이의 어둠 속에서 약간 생각을 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10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의 기억으로 10대 전체를 훑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소위 '철들기' 전의 시기 ㅡ 요즘엔 중2병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ㅡ 의 저는 별 생각 없이 살았다는 게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는 공부와 컴퓨터로만 양분되어 있었고 1분 1초가 지나가기 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들이기에는 너무 어렸습니다. 네, 저는 아무래도 과보호를 받고 자란 모양입니다. 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 그렇다고 지금 철들었다는 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철'들고'있는, ing 시기라 보아야겠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 저는 신세계를 맛보았습니다. 새로울 신(新), 매울 신(辛) 둘 다로 착각하셔도 좋습니다. 학교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새로움을 맛보는 대가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가치관의 우선순위, 인간관계에서의 병크에 관하여 여러 가지를 경험했습니다. 작은 사회에서 살다 나온 기분입니다.
 
저의 기분은 고등학교 입학 시와 같은 기분입니다. 걱정 반, 기대 반. 19에 1을 더해 20을 채우기까지 1을 19번이나 더해온 저였지만 십의 자리가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알아가고, 또 많은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제 아무 것도 저를 제약하는 것이 없고, 또 모든 것이 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라기보다는 완벽히 참인 명제로 받아들여집니다. 저는, 그리고 우리는 이제 성인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스무 살을 맞이하게 할까요.
 
항상 그렇듯 사족이 길었습니다. 어서 이 글에서 탈출하고 싶으실 텐데 말이죠.
 
2015년 새해, 모두가 새로워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좀 새로워지구요.
 
등기로 새해 복 좀 보내드렸습니다. 받으셨으면 문자라도 한 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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