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벼운 글

삼미슈퍼스타즈가 노렸던 마지막 사타구니 ※ 여성 분들이 보기엔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남성의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낮잠을 잤다. 2월 14일의 낮잠에 걸맞게 꿈에서는 어떤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었고, 수줍어하며 내놓은 그녀의 손에는 무엇인가가 쥐어져 있었고, 오늘이 2월 14일이었다는 것과 그녀가 나에게 무엇을 내놓은 것에 대하여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게 쪼꼬렛 하나 받지 못한 나의 요식한 자위 행위 중 하나였고, 여튼 나는 나름 들뜬 마음으로 그녀의 손을 쥐어잡았다. 그녀는 도통 그것을 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꿈이 단지 꿈인 이유라고 생각했다. 실망한 나에게 그녀는 좀전과 다르지 않은 표정과 손짓과 몸짓과 그 손으로 나를 철저히 농락한 뒤 저 너머 우주로 빨려 들어갔다. 낮잠은 새.. 더보기
눈을 밟고 엎어진 뒤 어젯밤 집으로 오는 길에 눈이 참실히 쌓여있는 곳을 지나가다가, 물론 그 때 눈이 꽁꽁 얼어버려서 그냥 얼음이 되었다는걸 알지 못해서 그랬을 뿐인데 몇 걸음 푹푹거리며 가다가 보기 좋게 넘어졌고, 덕분에 가방이 엎어지고 나도 엎어지고 사람들은 웃다 엎어졌다. 괜히 무안했는데, 한겨울에 내린지 꽤 되는 눈을 얼음으로 생각치 않고 건너간 것이나 이렇게 엎어져 자빠진 것이나 혹은 내가 이딴 일을 소재로 또 한 번 글을 싸지를 것을 생각하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웃겨서, 몇 분 동안 미친 사람처럼 자빠져 웃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고 당신들이 이 글을 보면서 무슨 교훈조차 얻을 생각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눈이 없었다면 나는 자빠져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 더보기
메마른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내가 뉴스피드에다가 싸질리는 글도 '글'로 친다면 나는 지금까지 어찌 되었든 간에 작가였다는 소리가 된다. 솔직히 아무도 나를 작가로 생각치 않고, 심지어 나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인간들도 꽤 되는데, 특히 나를 곰으로 취급하는 말종들에게 엿을 선사하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쓴 글을 보면서 "차원이 높구나.", "미래가 든든하구나.", "나는 그대의 팬♥"이라고 지껄이는 사람들도 있길래, 살짝 경악하고 있다. 아무튼 내가 또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심심하기 때문이다. 심심해선 안 되는데 원래 심심함이라 하는 것은 그러하지 않아야할 상황에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종종 불안감을 동반하며, 그 불안감이라 함은 내가 심심할 때 공부하지 않음에 기인하고, 심심해서 공부하지 않는.. 더보기
내가 맨날 가는 정보과학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이야! 도서실에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RFID칩이 내장된 전자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갖은 편법을 동원하여 자리를 독점하려는 독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독종 중 하나다. 도서실을 갈 때마다 항상 3개 이상의 카드를 들고 간다. 어머니, 아버지, 동생, 하고 내 것까지 하면 4개나 된다. 세 개씩 들고다니는 것은 1개를 덜 이용함으로써 양심의 부분적 회복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 날도 명당 자리를 독점하기 위해 거침없이 세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간은 이미 5시 28분. 자리 뽑기가 시작된지 몇십 초나 지난 시간. 잠시 졸았던 내 자신을 책망하며 다만 내 앞에 서있는 이 과천중 여학생들이 용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곰 한마리와 달리 아주 양심적이고 도덕성을 발휘하길 빌었다. .. 더보기
안면이 뜯길 아이는 아빠가 엄마 목을 졸랐다고 했다 수건으로 단단히 엄마는 욕실에서 발견되었다 아빠는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다 아빠가 거짓말하네 판사가 등쳐먹네 한참 책을 읽다가 잠에 빠졌다 내 눈 앞에는 어떤 물체가 서있었다 가만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에게 다가갔다 물체는 사람이었다 한 여자였다 갑자기 울부짖는다 쭈그리고 앉아서 비명을 지른다 왜 그러세요 대답을 않는다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누구신데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왜 여자는 숨겨왔던 꼬리를 내놓는다 꼬리로 내 목을 조른다 왜 왜 왜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내가 얼마나 너를 믿었는데 아무 말을 못하겠다 숨통이 조여온다 아무것도 모른 채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기된 얼굴로 이아애요 이아애요 자모해어요 점점 더 조여온다 이 .. 더보기
타인에 의한 죽음이 아닌 자살을 원한다. 그는 자살을 결심했다. 나는 물었다. 괜찮겠느냐고. 괜찮다고 했다. 어짜피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인걸. 그는 예전에도 자살 기도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적,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자신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자살하려 한 게 아니었을까, 하며 창백하게 웃었다. 중학교 적에는 좀 더 정교해졌다. 인터넷을 알게 되면서 그는 카페를 자주 이용했다. 고전적인 방법인 연탄, 실족사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약의 이름이 거론되는 약물사까지, 자살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그의 눈빛은 나로 하여금 그가 자살을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기 충분하게 하였다. 하지만 그런 각별한 노력에도 그는 자살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계획만 세웠던 것이다. 왜 그러니? 자살 계.. 더보기
아이유의 노래를 나는 즐겨 듣는다. 아이유 노래를 들으며 오빠가 좋고 니가 좋고 어쩌구 저쩌구 그러길래 누구나 한 번 쯤은 휩싸여 보았을, 이루어지지 않을 상상에 흥분하다가이것이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며 자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노래를 들으며 그녀가 나에게 진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고 착각하는 짓이나다른 사람이 섹스하는 것을 보며 흥분하는 짓이나 자신에게 이루어지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고 그에 흥분하는게 사실 크게 다른게 아닌데하나는 합법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이라는 사실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아, 그렇다면 나는 수백 번의, 수만 번의 자위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는 것인가.갑자기 삶이 허무해진다. 더보기
옛날옛적, 초등학생 적 이야기 시험은 인생을 결정 짓는다. 내가 어떤 번호를 찍는가, 어떤 답을 적어내는가가 나의 몇십 년 후까지 결정할 수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내 인생을 내가 결정하지 못한다. 단지 만들어진 시험지와 만들어진 답안으로 만들어진 인생들이 완성된다! 우리의 인생은 로봇이로구나. 한 때 지금보다 더 충실하게 로봇인 적이 있었다. 문제 읽고 - 풀고 - 답 쓰고 - 채점하고 - 좌절하고 - 고쳐보고 - 사회가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을 충실히 이행해냈다. 산출된 값은? 좋은 성적과 주위로부터의 칭찬, 존경. 거기에 목숨을 걸고 살았다. 잃어버린 17년. 그 17년 동안 시험과 대학과 돈과 명예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어떠한 일을 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이미 그 때부터 내 인생은 막장을 .. 더보기
게임과 공부... 판타지? Q : 재미도 없고 이상한데 의미 부여하는 엿같은 소설이나 수필은 도대체 왜 쓰시나요? A : 그냥 심심했기 때문입니다. $ ㅡ이런 이런 이런 또 사고를 치고 말았군 엄마가 여기 있는거 아시는 모양이야 ㅡ이런 일들은 항상 있는 법이지 왜 운이 안 좋을 때는 들어가자마자 걸리지 않더냐 이번에도 운이 좀 없었을 뿐일거야 ㅡ그래도 이렇게 자주 걸리면 짜증나기 짝이 없어 씨발 더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 이번에도 도서실에 가다가 엄마한테 걸렸다.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18살, 민증을 곧 받을 나이이기에 나는 너무나도 공부하고 싶고 책도 읽고 싶은데... ㅡ너 오늘도 PC방 안 가고 도서실 다녀왔냐 ㅡ 어 ㅡ이 녀석아 또 거짓말을 쳤구나 ㅡ 어 ㅡ내가 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그.. 더보기
고귀한 이상을 떠벌리는 그대에게 그와의 대화에서 논리나 맥락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솔직히 찾고 싶지도 않았다. 둘 다 이것은 뻘짓임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ㅡ서술형은 사람을 틀리게 하기 위해 낸 문제지 맞추라고 낸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ㅡ공감입니다. ㅡ그렇습니다. 그것이 시험과, 서술형과, 수능의 실체입니다. ㅡ선생님들은 오히려 서술형 답안지가 비어있는 아이들을 선호하시죠. ㅡ그렇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어있는 답안, 그것은 편리함의 발로입니다. ㅡ물론 학생들에게도 편리하죠. ㅡ그렇습니다. 포기는 편리함의 다른 말입니다. ㅡ선생님께선 과학이 인류의 편리함을 위해 생겨났다고 하셨습니다. 서술형을 비우는 것 또한 과학적인 행위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증진을 위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