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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글

GMC Curfew - 의무취침



솔직히 그저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백일장이라지만 - 시를 쓰고 수필을 쓰고 판타지 소설을 쓰겠다는 어떤 의기양양한 친구도 있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었던
 
시 : World Plaza
수필 : GMC Curfew
 
그래도 시는 아니니까, 안 그래도 인생이 단순반복의 리듬감으로 넘쳐나고 있는데 여기서 운문까지 써버린다면 지나치게 리듬에 휩싸인 삶이 아닌가 싶어서 시는 자연히 공제.
 
그렇다면 결국 수필일 것이었다. GMC Curfew에 관한 나의 경험을 끄집어내야만 했다.
 
분명히 의무취침은 새벽 1시였다. Roll Call 이후 자기 전까지 허락된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그 동안은 책을 읽어도 죽도록 샤워를 해도 공부를 하거나 친구를 죽이려 다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1시간 내에 그 모든 일들을 수행하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화가 나곤 했다.
 
요즘에 취침 시간이 늦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스마트폰 비슷한 것으로 페이스북을 하거나 카카오톡을 하거나 혹은 20세기를 그리워하는 짱구 아빠 엄마를 보면 1시 30분이 되기 일쑤였고, 그제서야 잠자리에 누워서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몸을 뒤척이다보면 2시는 되야 잠에 들었다.
 
한마디로 - 나는 범법자였다.
 
만약 이 모든 행동에 스트라이크가 일일이 발부되었다면 벌써 9회말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Curfew 위반은 당연한 일이었고 아마 전 학생의 죄를 일일이 들쑤신다면 벌써 한 시즌이 끝나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Curfew 위반은 심각하게 당연시되고 있다.
 
그래도 딱히 문제 삼을 바는 없었다. 일찍 재우고 일찍 깨우는 강제가 행해져도 - 아니 그 강제 속에서 어떠한 자유를 찾기 위해서 우린 늦게 잘 수밖에 없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어 벌레를 잡아먹으라는 속설은 억압의 상징이었고 거기에 일찍 재우는 강제는 강제의 덧붙이기같은 존재였다. 시스템이 글러먹었다고 생각한 것이 한 두 번은 아니었다.
 
일종의 반항 - 이라기보다는 그저 대낮에 살아있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았고 당연히 Curfew 위반으로 이어졌다. 짧은 밤을 원하는 학생인권조항이었지만 우리에겐 긴 밤을 향유하고픈 욕망도 있었다. 밤은 저절로 길어지고 길어지고 - 마침내 6시간이 넘어가는 밤이 되어버리고 낮은 짧아지고
 
생활 패턴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아니 새로운 생활 패턴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와는 많이 다른 패턴이었다.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12시에 집에 돌아와 바로 취침 - 하는 재미없는 패턴은 사라지고 어느새 밤은 1시간 30분 정도 더 길어지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과 독서와 영화의 황홀한 밤들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Curfew는 말이 없었다. 어느 날은 Curfew가 날 찾아와 밤을 물어보곤 했다.
 
넌 Strike야.
그래도 자지 않겠니?
 
나의 대답은 실로 어이가 없었다.
 
Strike를 받아도 좋아.
받았으니 그냥 밤 새도 되지?
 

Curfew는 마침내 펑펑 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