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Ⅰ. 쓸데없는 문제제기
위 두 문장은 최근 “청춘의 아픔”을 팔아먹는 몇몇 작자들에 의해 유명해진 말(그들의 책 이름이던가 혹은 책에서 나온 말이거나)이다. 사실 이 두 statement(와우 영어)에 대해 그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았는데, 사실 나도 그러고 싶진 않은데 불현 듯 파란 불이 켜지지도 않았는데 지나가는 자동차나 행인들이나, 혹은 반할만한 외모를 지닌 여성을 보고 반하고 그냥 서 있다가 지나쳐가고, 방대한 수학Ⅰ이나 영어 영역을 풀다가 “아, 힘들”다고 생각하니까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람의 모든 특성ㅡ혹은 사람의 것이 아닌 특성들까지 A하니까 사람이라는 진술의 A자리에 쳐 넣고 맞는 양 낄낄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역시 뻘짓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자리에서, “A하니까 사람이다.”는 진술의 진실을, 여러분 앞에 밝히고자 한다.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다면 일단 계속 읽으시던가 때려 치든가 당신들이 써 보던가.
Ⅱ. 무의미한 연구
1. 정의
“A하니까 사람이다.” 식의 진술의 요소를 각각 정의하자면 다음과 같다.
1) A : 사람이 갖는 특성을 의미한다. 사람의 특성이 아닌, 예컨대 “나만큼 잘생겼다.”라든가 “이성 친구가 한 명 이상씩 있다.” 따위의 잡소리는 제외하기로 한다.
2) 사람 : 나, 당신들, 우리 모두.
2. 문제에 대한 연구
이 진술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뭔 소린지 못 알아들을 수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도록.
1) A한 특성을 갖는데 사람이 아닌 존재들에 대한 모욕이다.
여러분이 고등수학(상)[7차 교육과정] 또는 10(가)[6차 이하 교육과정] 2단원 “명제”에서 배운바와 같이, “A이면 B이다.” 식의 명제는 그것이 참이라는 가정 하에 "A ⇒ B"로 나타낼 수 있고(A는 B의 충분조건이라고 하고, B는 A의 필요조건), 이것은 “A ⊂ B”를 뜻한다. 수학은 멋지고 내용에 끝이 없고 미적분으로 이어져 멘붕을 초래하고, 누군가는 자살을 할 테지만 에라이 씨발. 문과라서 다행이다.
이러한 수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A하니까 사람이다.”는 “A ⇒ 사람”, 궁극적으로는 “A ⊂ 사람”이라는 공식이 떡하니 모습을 보이는데, 헛소리지만 나체가 아니라서 다행이기도 하고, 여튼 이 공식에 의하면 A의 특성을 가진 개체는 모두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예외가 있다는 거다. 예컨대 “외롭다.”는 특성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살아있는 생물들에게 대부분 해당하는 내용임에도 불구, 그러한 특성은 오직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고 인간의 힘으로 틀로 딱, 정해버린다면 사람이 아니지만 “외롭다.”는 특성을 가진 것들은 사람이 아니어서 서러울 수밖에 없다. “사람이 되고 싶다.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된 곰/웅녀가 아니어서 서럽다.” 이 명제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에 큰 빚을 지는 것이다. 외로워하는 곰, 웅녀, 곤충, 코스모스들이 자살하고 싶어 할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자연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분명히, 이딴 행동은 자제되어야한다.
2) 기존 생물학적 개념을 파괴한다. 사실 1)과 마찬가지인 얘기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그냥 생각났으니 읽어라. 싫으면 당신들이 작가 하든가, 나 원 참.
이번에도 수학적인 개념이 도입되어야만 한다. “2. 명제”에서 조금만 앞으로, “1. 집합”으로 가보자. 집합이 왜 수학의 첫 단원인지 설명해보시오. 어떤 선생님은 : “이건 미적분을 위해서다!” 어떤 친인척은 : “수학과 친해지기 위해서요.” 학원 선생님은 : “잔말 말고 숙제 풀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 “수학 체계를 그룹화할 수 있는 능력이 선행되어야만…….”하는 헛소리를 지껄이겠지만 무즙으로 엿 만들고자하는 교평따위, 흥, 하고 비웃음칠 만큼 집합은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선행되어야할 핵심 개념은 집합의 상등에 관한 것인데, “A ⊂ B이고 B ⊂ A이면 A = B이다.”는 간단한 개념이다. 증명은 뭐, 각자 알아서들.
꽤 멀리 왔으니 다시 한 번, “A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멋진 명제를 생각해보자. 내가 상상하기로는, 내 생각이니까 참견 말기를 바라는데, 이 A 자리에 들어가는 특성이라는 것을 잘 살펴보니까 사람한테도 통하고 동물한테도 통하고 사실 모든 동물한테 통용될 수 있는 특성이 들어간다. “외롭다”, “심심하다”, “섹시하고프다” 등등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는데 차들이 안 지나가는 것을 보고 빨간불임에도 불구하고 건너려다가 시속 180KM로 달리는 자동차에 정면으로 들이받아 몇백 미터 날아갔는데 튼실한 육체를 지녀 아무 부상 없이 먼지나 털고 일어나고 싶어한다”같이 미친 놈이나 지껄일 수 있는 특성이 아닌 이상 모든 동식물에 해당되는 특성을 A 자리에 투입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동식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기준으로 “이성이 있을까나 없을까나”, “도덕이 있을까나 없을까나”, “성관계가 금기시되는 어떤 억압이 있을까나 없을까나” 등등의 기준에서 사람이 전자에 해당되어 그러한 기준들이 “있을까나”하기 때문에, 동식물의 특성보다 사람의 특성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동식물의 특성을 원소로 하는 집합이 사람의 특성을 원소로 하는 집합에 포함된다. 사람은 위대하니까.
그런데 생물학적으로는 “사람”이라는 개체 집합이 “동식물”이라는 종에 포함되는 바, 우리는 위에서 보았던 "A ⊂ B이고 B ⊂ A"(사람이 A이든 B이든 알 바 아니고)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며 그것은 무난하게 “A = B"로 이어진다. 즉 사람과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은 ”사람“과 같다는 결론에 이르고, 이것은 1)의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사람 아닌 것들의 자살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잔인한 것들.
Ⅲ. 두 시간만의 결론
연구 결과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A하니까 사람이다.”는 진술은 일정 특성을 사람에게만 해당된다는 내용으로 해석하게끔 하여 지구상 혹은 우주상에 존재하는 사람 아닌 개체들에게 모욕감을 준다.
2. 이러한 행위는 궁극적으로 “사람 = 모든 동식물”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어 기존 생물학적 개념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지금까지 만들었던 교육과정평가원과 서울시/인천시/부산시/경기도교육청의 문제가 모두 헛것이 된다.
그러므로 이놈의 “A하니까 사람이다.”는 말은 사람들은 그만 내뱉어야한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외로우니까 사람이고, 여자 친구가 생기지 않으니까 남자인 건 아니다. 물론 가끔 안 아픈데 청춘인 놈들도 있고, 안 외로운데 사람인 것들도 있고, 여자 친구가 1명 이상 있는데 남자인 놈들도 있긴 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1명 이상이면 이상이라는 말만 좀 덜어내시면 용서해주겠다.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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