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분들이 보기엔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남성의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
낮잠을 잤다.
2월 14일의 낮잠에 걸맞게 꿈에서는 어떤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었고, 수줍어하며 내놓은 그녀의 손에는 무엇인가가 쥐어져 있었고, 오늘이 2월 14일이었다는 것과 그녀가 나에게 무엇을 내놓은 것에 대하여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게 쪼꼬렛 하나 받지 못한 나의 요식한 자위 행위 중 하나였고, 여튼 나는 나름 들뜬 마음으로 그녀의 손을 쥐어잡았다.
그녀는 도통 그것을 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꿈이 단지 꿈인 이유라고 생각했다.
실망한 나에게 그녀는 좀전과 다르지 않은 표정과 손짓과 몸짓과 그 손으로 나를 철저히 농락한 뒤 저 너머 우주로 빨려 들어갔다. 낮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박민규 작가가 내 앞에 앉아있었다. 머리가 하도 길어서 김경호 가수라고 생각했다가 늙어보여서 박완규나 김태원이라고 달리 생각했다가 아무 일 없이 띵가띵가 놀다가 술 마시기 딱 좋은 포즈를 취하고 있길래
"박민규,"
했더니 그의 반응은 폭발적으로 별로였다. 세상 만사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엉덩이를 의자에서 이탈시키며 누군가가 초등학생 때 배웠던 "엉덩이는 의자에 딱 붙여야해요."를 농락하는 그의 모습에 인간은 왜 항상 다른 사람을 농락하려 하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면서 그의 불룩한 아랫도리에 눈길이 가서 나름 작가라는 사람한테 성적으로까지 농락당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어 "미친놈,"하고 외쳐주려 하다가 자세히 보니 사타구니가 아니라 바지 앞주머니였다. 동글동글하게 솟아오른게 그가 기형아가 아니라면 분명히 그것은 아닐 것이다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야구공.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네 후라이팬 클립이네 하는 소설을 썼던 그는 정확히 그 공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공은 정확히 사타구니에 맞아 떨어졌고, 깨지는 고통이 느낄 만하여 차라리 떨어져버릴 것을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의사 선생을 불러야할까 생각했지만 불러봤자 "선생은 이제..."하는 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말들만 내놓을 것 같아 참아보기로 하고 야구공을 붙잡아 이제 저 인간의 사타구니를 박살낼 일만을 생각했다.
야구공이 아니었다. 포장된 쪼꼬렛.
작자는 자신의 책을 홍보함과 동시에 나에게 쪼꼬렛을 하나 주고 싶다는 마음에 그릇된 마음으로 살포시 포장한 뒤 정확히 나의 사타구니를 노렸던 것이다. 먹으라고 준 쪼꼬렛이겠지만 나의 입에 쑤시는 것보다는 그래도 그 쪽으로 던져버리는게 남자의 도리일 것이므로.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그에게도 같은 선물을 주었다.
알고보니 그가 야구공 하나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었다. 떡 하니 눕힌 박민규의 신체 사이로 공이 하나 둘 씩 나오더니 갑자기 바글바글 거리는 것이 구더기 같기도 하고, 다 먹으면 몇 천개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박민규는 몇 천개의 사타구니를 터뜨릴 멋진 음모를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삼미슈퍼스타즈의 자유로운 정신이고, 야구를 통해 심신을 회복코자 했던 선수들의 기상을 이어받는 일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멋있구나," 악을 써댔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노렸어야할 그의 그곳을 내가 실천하고 말았으니 그가 계획했던 수 천 개의 장소들이 온전히 살아 꿈틀거릴 것이기에, 나는 그것을 참을 수가 없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고,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일원으로서, 박민규가 투영된 '나'가 빈둥거릴 임무를 내가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드디어 길에 나섰다.
**
참한 사타구니들을 뒤로하고 잠에서 깬 것은 한 시간 뒤의 일이었다. 상당히 아쉽고 박민규가 나를 보고 화를 낼까 무섭기도 하고, 그가 그토록 원했던 전두환의 사타구니도 아직 요물조물 움직이고 있을 것이기에 나는 후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벼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A하니까 사람이라고? (0) | 2013.02.17 |
---|---|
대서사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0) | 2013.02.16 |
눈을 밟고 엎어진 뒤 (0) | 2013.02.13 |
메마른 글을 써보고 싶었다. (0) | 2013.02.12 |
내가 맨날 가는 정보과학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이야! (2) | 2013.02.12 |